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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한국사회체제’ 토론회]“진보진영 反신자유주의·反MB 모두 필요”(경향신문)
  글쓴이 : 대마왕     날짜 : 09-11-17 09:24     조회 : 614    

[‘한국사회체제’ 토론회]“진보진영 反신자유주의·反MB 모두 필요”

손제민 기자




ㆍ국가주의 집착 정책 차별화 전략 부재
ㆍ‘MB 신보수주의’ 맞선 새 접근법 제시

언젠가부터 한국의 지식사회 일각에서는 연도 뒤에 ‘체제’를 붙여 시대 구분을 하는 용법이 자주 쓰인다. 민주화 20년을 맞은 2007년 즈음 유행했던 ‘87년체제’를 시작으로 ‘97년체제’ ‘08년체제’까지 등장했다. 이 말들에 대한 논쟁은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학술논쟁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서민 삶의 질이 더욱 악화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공통된 상황 인식하에 진보진영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실천적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서강대에서 열린 ‘한국사회체제론을 다시 생각한다’ 토론회에는 온라인상·지상을 통해 ‘체제논쟁’에 참여했던 지식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보적 관점에서 한국사회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 13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한국사회체제론을 다시 생각한다’ 학술토론회의 모습. 왼쪽부터 손호철 서강대 교수,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 김윤철 서강대 상임연구원, 송주명 한신대 교수, 이승원 성공회대 연구교수,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서성일기자
반년 가까이 이어온 토론의 공간을 만든 것은 ‘신자유주의 반대’가 핵심 키워드라고 주장하는 손호철 서강대 교수와 ‘이명박 정부 반대’를 주된 과제로 내세우는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사이의 반론 릴레이였다. 손 교수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가 전혀 다른 사회가 되었다는 데 방점을 두기 때문에 97년체제를 강조했다. 가령 금융화, 노동유연화나 양극화의 심화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뿐 아니라 “대학에서의 ‘스펙’ 전쟁과 노동자들의 연대 파괴” 등 일상생활 수준의 변화가 모두 97년 이후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97년이 중요한 계기이긴 하지만 김대중·노무현의 신자유주의와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를 동일시해서는 진보진영의 힘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논쟁의 대상을 신자유주의로만 설정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등을 통해 표출된 지배체제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저항 동력을 끌어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명박 신보수주의 체제의 수립을 따로 봐야 한다는 08년체제론을 폈다. 조 교수는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개혁세력까지 끌어안고 그 안에서 헤게모니를 잡는 방식의 새로운 접근”을 주문했다. 쌍용차와 GM대우 매각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을 이명박 정부 반대를 이유로 지지해야 하는가를 되물으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진보정당들의 정체성 강화를 촉구한 손 교수와 대비되는 접근이다.

조 교수 편에서 논쟁에 참여해온 서영표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97년에 이회창 후보가 당선됐다면 신자유주의가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전면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대처와 메이저 보수정부가 과거를 깨부수는 역할을 했다면 블레어의 신노동당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이미지로 경계를 누그러뜨린 다음 학교, 대학, 지방정부 시스템을 시장주의 원칙에 따라 바꾼” 영국 사례에 비유했다. 서 교수는 이제 체제논쟁의 관심을 주체의 문제로 돌릴 것을 제안했다. ‘저항’의 주체인 듯한 사람들이 동시에 ‘소비’ ‘순응’의 주체이기도 한 점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욕하지만 부동산과 주식 가격에 민감한 사람들, 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민감한 듯하지만 용산참사와 쌍용차 사태에 대해 둔감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담론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체제논쟁의 기본틀이 ‘중심’의 기준으로 ‘주변’을 규정하는 한계를 지녔다고 비판했다. 은 연구위원에 따르면 87~97년은 한국사회의 중심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국민의 60%가 중산층의 꿈을 어느 정도 달성한 듯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97년 이후 중심과 주변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서울 강남에 사는 자(중심)와 아닌 자(주변), 정규직인 자(중심)와 아닌 자(주변) 등과 같은 수많은 차이들 말이다. 은 연구위원은 “진보정당의 한계로 ‘주변’이 자기 목소리를 표현할 길이 없는 것이 문제이지 ‘주변’이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가령 뉴타운 공약에 표를 준)을 탓하며 이들을 저항의 주체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은 옳지 않다”고 했다.

‘녹색’의 가치마저 이명박 정부에 빼앗기는 현재 진보진영의 의제 설정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는 “진보진영 역시 어떤 산업화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만 있을 뿐 발전국가를 넘어선 시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도 계속되는 발전국가 체제라는 한국적 상황에서 진보진영 역시 국가주의에 집착하며 차별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무거운 주제였지만 이날 토론회에는 150명 가까운 방청객이 참여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체제논쟁이 어려운 학술토론이나 선거전략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하루하루 먹거리와 육아, 작은 행복을 고민하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어떤 관련을 맺고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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